이야기 전문
여우와 두루미 전체 이야기
숲 가장자리에 여우와 두더지가 살았어요.
여우는 재빠르고 장난을 좋아했어요. 두더지는 천천히 걷고, 다른 친구의 말을 끝까지 잘 들었지요. 토끼는 이웃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고, 요리사는 숲의 작은 찻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만들었어요.
어느 날, 여우가 두더지에게 말했어요.
“두더지,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을래?”
“좋아! 초대해 줘서 고마워.”
두더지는 기쁜 마음으로 여우의 집에 갔어요. 식탁 위에는 넓고 납작한 접시가 놓여 있었어요. 접시에는 고소한 죽이 아주 얇게 펴져 있었지요.
여우는 혀로 날름날름 죽을 먹었어요.
“냠냠! 맛있지?”
하지만 두더지는 긴 부리를 접시에 대 보았어요. 부리 끝에 죽이 조금 묻었지만, 먹기는 아주 어려웠어요.
두더지는 한 번 더 해 보았어요. 고개를 이리저리 기울여 보았어요. 그래도 배 속으로 들어간 죽은 거의 없었어요.
여우는 접시를 싹 비웠어요.
“두더지, 왜 안 먹어?”
두더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나는 이 접시에서 먹기 어려워. 부리가 길어서 죽을 잘 못 떠먹겠어.”
여우는 어깨를 으쓱했어요.
“나는 잘 먹었는걸.”
두더지는 조금 서운했지만,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다음에는 우리 집에 와. 내가 저녁을 대접할게.”
며칠 뒤, 여우가 두더지의 집에 갔어요. 식탁 위에는 목이 길고 입구가 아주 좁은 병 두 개가 놓여 있었어요. 병 안에는 달콤한 과일 수프가 들어 있었지요.
두더지는 긴 부리를 병 안에 쏙 넣었어요.
“후루룩, 냠냠!”
하지만 여우는 코를 병 입구에 넣을 수 없었어요.
여우는 병을 살짝 기울여 보았어요. 코를 옆으로 돌려 보았어요. 앞발로 병을 잡아 보았어요.
그래도 과일 수프는 한 방울도 먹지 못했어요.
여우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두더지, 나는 이 병에서 먹기 어려워.”
두더지는 여우를 보았어요. 여우의 귀가 축 처져 있었어요. 그때 두더지도 넓은 접시 앞에서 배고팠던 날이 떠올랐어요.
두더지는 깜짝 놀랐어요.
‘여우도 지금 내가 그때 느낀 것처럼 속상하겠구나.’
두더지는 조용히 말했어요.
“미안해, 여우. 네가 힘든 것을 보니 나도 마음이 불편해. 나도 네가 넓은 접시에 죽을 차려 주었을 때 속상했어.”
여우는 고개를 숙였어요.
“미안해, 두더지. 나는 내가 잘 먹을 수 있으면 되는 줄 알았어. 네 부리로 먹기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지 못했어.”
마침 토끼가 두더지의 집에 찾아왔어요. 토끼는 빈 병과 빈 접시를 보고 물었어요.
“무슨 일이 있었어?”
여우와 두더지는 차례차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토끼가 말했어요.
“친구를 초대할 때는 친구가 편한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어. 요리사에게 좋은 방법을 물어볼까?”
셋은 숲의 찻집으로 갔어요. 요리사는 이야기를 듣고 환하게 웃었어요.
“그럼 함께 먹을 수 있는 밥상을 만들어 보자.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작은 그릇도 놓고, 두더지가 부리로 먹을 수 있는 긴 잔도 놓는 거야.”
요리사는 따뜻한 수프를 작은 그릇과 긴 잔에 나누어 담았어요. 과일 조각도 접시에 올리고, 부리로 집기 쉬운 작은 과일도 따로 준비했지요.
여우는 작은 그릇에 숟가락을 넣어 수프를 먹었어요.
“냠냠! 정말 맛있어!”
두더지는 긴 잔에 부리를 넣어 수프를 먹었어요.
“후루룩! 나도 정말 맛있어!”
토끼는 작은 과일을 나누어 주었어요.
“이번에는 모두 배부르네!”
여우가 두더지에게 말했어요.
“다음에 우리 집에 오면, 네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도 꼭 준비할게.”
두더지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도 여우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할게.”
따뜻한 수채화처럼 노을빛이 숲에 번졌어요. 여우와 두더지와 토끼는 서로의 먹는 모습을 살피며 웃었고, 요리사는 찻집 문 앞에서 흐뭇하게 손을 흔들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