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문
바람과 해님 전체 이야기
어느 맑고 쌀쌀한 날이었어요.
숲 위 하늘에서 바람과 해님이 구름 곁에 앉아 있었어요. 숲길에는 두꺼운 외투를 꼭 여민 나무꾼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지요. 바위 뒤에는 토끼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요.
바람이 씽 하고 말했어요.
“내가 해님보다 더 힘이 세! 나무꾼의 외투를 벗길 수 있어.”
해님이 빙긋 웃었어요.
“힘이 세다고 늘 잘되는 건 아니란다. 누가 나무꾼이 스스로 외투를 벗게 하는지 해 볼까?”
토끼가 폴짝 뛰어나왔어요.
“좋아요! 제가 잘 지켜볼게요!”
먼저 바람 차례였어요.
바람은 ‘후우우우!’ 하고 세게 불었어요. 나뭇잎이 빙글빙글 날아가고, 나무꾼의 모자가 흔들흔들했어요.
“어휴, 춥다!”
나무꾼은 외투 깃을 더 꼭 잡았어요. 바람은 더 크게 불었어요.
“후우우우우!”
그런데 나무꾼은 외투 단추를 하나도 빠짐없이 잠갔어요. 두 팔로 외투를 꼭 끌어안고 고개를 푹 숙였지요.
토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바람아, 나무꾼이 더 꼭 입었어.”
바람은 힘껏 불었던 만큼 기운이 빠졌어요. 바람은 구름 뒤로 살짝 숨었어요.
“나는 힘이 센데 왜 안 됐지?”
이제 해님 차례였어요.
해님은 나무꾼에게 따뜻한 빛을 살며시 비추었어요. 뜨겁지 않게, 포근한 이불처럼 말이에요.
나무꾼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어요.
“어? 햇살이 참 따뜻하네.”
해님은 밝게 빛났어요. 숲길의 꽃봉오리가 살짝 고개를 들고, 토끼의 긴 귀도 따뜻해졌어요.
나무꾼은 천천히 외투 단추를 풀었어요.
“이제는 덥구나.”
나무꾼은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어요. 그리고 따스한 햇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답니다.
“고마워요, 해님.”
토끼가 폴짝폴짝 뛰며 외쳤어요.
“해님이 이겼어! 나무꾼이 스스로 외투를 벗었어!”
바람은 구름 뒤에서 조심조심 나왔어요. 조금 부끄러웠어요.
“나는 세게 밀어붙이기만 했어. 그래서 나무꾼이 더 춥고 무서웠나 봐.”
해님이 다정하게 말했어요.
“바람도 숲에 꼭 필요해. 더운 날에는 시원한 바람을 보내 주고, 씨앗을 멀리 날려 주잖아. 하지만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고 싶을 때는 먼저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면 좋아.”
바람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도 부드럽게 불어 볼래.”
바람은 이번에는 ‘살랑살랑’ 불었어요. 나무꾼의 땀을 식혀 주고, 토끼의 털을 살짝 간질였지요.
“시원한 바람도 고마워!”
나무꾼이 말했어요.
바람은 기분 좋게 빙글 돌았어요. 해님도 환히 웃었고, 토끼도 바람과 햇살 사이에서 폴짝폴짝 뛰었답니다.
그날 숲은 힘센 바람과 따뜻한 해님이 함께 만들어 준, 아주 포근한 곳이 되었어요.
